응급실 복도에서 내 딸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여자분이 왜 우리 아버지 보호자예요? 네.
아버지 휴대폰 비상 연락처에 왜이 아줌마가 1번이냐고요? 나는 혀가 굳어 말 한마디 못 하고 침대에 누워 그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그 여자는 아무 데구도 없이 코팅한 카드 한 장을 딸에게 내밀었지요.
저는 올해 이른내된 박정섭이라고 합니다. 철물점을 40년 하다 접고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혼자 산지 6년째입니다. 1은 넘은 여자들이 왜 아직도 남자를 찾아다니는지 그 진짜 이유를 나는 그 병원 복도에서야 알았습니다.
[음악] 동네 소문도 틀렸고 내 딸도 틀렸고 나도 틀렸을다. 그 여자가 마지막에 내 딸한테 돌려준 대답은 지금 생각해도 목이 뜹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리지요.
그런데 그 전에 하나만 여줍겠습니다. 여러분은 병원 서류 보호자란에 적을 이름이 있으십니까? 이야기는 지난해 4월 노인복지관에서 시작됩니다.
그때 나는 그 여자를 이름도 모르고 그냥 소문으로만 알았습니다. 노래 교실 쉬는 시간에 여자들이 자판기 앞에 모여 수금거리는 소리를 들었지요. 저 여자 또 남자 찾는다더라.
지난 달에는 3층 서해반 영감님한테 말을 붙였다자니 아이고 이른 넘어 무슨 집신짝을 찾는다고. 주책이야. 주책.
여자들은 혀를 찾고 남자들은 희죽거렸습니다. 정옥내. 나이 이른둘 역전 사거리에서 한복집을 30년 하다가 접은 여자.
남편 먼저 보내고 혼자 산지 8년. 아들 하나는 호주에 산다던가 소문이 전해 주는 건 그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여자 얼굴이었습니다.
남자를 찾아다닌다라는 여자면 어딘가 궁하거나 들뜬 기색이 있어야 할 텐데 복지관 노비를 가로질러 가는 그 여자는 등이 꽃하고 걸음이 빨랐습니다. 누가 수근거리든 말든 눈 하나 깜짝 안 했지요. 허참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 나이의 저 배포는 뭔가? 내 사는 꼴부터 말씀드려야 순서가 맞겠습니다. 새벽 5시면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알람이고 뭐고 필요가 없어요. 눈 뜨면 마누라 없는 천장이고 6시면 텔레비전을 un니다. [음악] 아침 방송 진행자가 시청자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나도 모르게 예 뭐 그럭저럭 하고 대답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하루에 사람하고 하는 대화가 그게 전부인 날이 많았거든요. 집사람은 6년 전에 암으로 먼저 갔습니다.
아들놈은 서울, 딸 미선이는 옆도시에 삽니다. 마트 계산대 파트장이라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내지요. 국은 한 냄비끓이면 사을 먹습니다.
첫날은 국이고 둘째 날은 반찬이고 셋째 날은 그냥 의무지요. 냄비상에 올리고 텔레비전 보면서 넘깁니다. 그러다 어깨 죽지가 결리면 파스를 붙이는데 등 한가운데는 손이 안 닿아요.
효자손에 파스를 걸쳐서 어찌어찌 붙여 보면 꼭 삐뚤하게 붙습니다. 혼자 산다는게 별게 아닙니다. 등짝에 파스 하나 반듯하게 못 붙이는 것 그게 혼자 사는 겁니다.
5월 중순에 그 여자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음악] 손에는 보자기에 싼 제봉틀 머리를 안고 있었지요. 철물점 하셨다면서요?
브라더 미싱인데 벨트가 헛더라요. 요즘은 이런 거 고치는 데가 없습다. [음악] 40년 연장 만진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라 나는 얼떨결에 받아들었습니다.
옛날 물건이라 부속이 문제였는데 마침 내 공구함에 맞는게 있었어요. 사흘 뒤에 고쳐서 그 여자 집에 가져다 줬습니다. 한복집을 접었어도 집은 여전히 바느질 집이었습니다.
마루의 원단 자투리가 켜져 있고 장롱은 자개장인데 손잡이가 반들반들 달았고 반땡고리 옆에는 돋보기가 두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마루, 하나는 안방것이라고 했지요. 그 여자 왼손 검지에는 골무가 끼워져 있었는데 벗는 걸 잊은 모양이었습니다.
손등 흉터가 보이길래 나도 모르게 눈이 갔더니 그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18에 평화 시장에서 미싱시다 할 때 바늘이 뚫고 지나간 자리예요. 그 시절엔 손가락이 미싱보다 쌌으니까 웃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는 여자였습니다.
수리비를 반내만에 신랑이를 하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마루에 앉으라고 하더니 믹스 커피를 타 왔습니다. 그러고는 나를 위 아래로 재듯이 봤습니다. 한복집 여자들이 손님 치수를 눈으로 뗐다더니 딱 그 눈이었지요.
영감님 소문 들으셨지요? 나 남자 찾아다니는 여자 맞아요. 사례가 들릴 뻔했습니다.
이룬들에 장난으로 이러겠어요. 진심으로 찾아요. 그래서 오늘은 영감님한테 왔어요.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언거 주춤 일어날 자세부터 잡았습니다. 그 여자는 눈도 깜짝 안 하고 말을 이었지요. [음악] 오해는 마세요.
나랑 삽시다. 그런 말이 아니에요. 나는 영감님하고 살림 차릴 생각이 눈꽃만큼도 없어요.
그럼 대체 뭐냐고 물으니 그 여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 서로 보호자 합시다. 보호자.
그 석자가 무슨 뜻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여자는 재단사가 치수 부르듯 말했습니다. 치수부터 재고 시작합시다.
조건은 세 가지예요. 첫째는 그런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그 첫째 조건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섰습니다. 거 나는 그런 거 모릅니다.
위은 고쳐드렸으니 됐고 도망치듯 대문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그 여자 목소리가 따라왔습니다. 영감님 급할 거 없어요. 어차피 조건은 도망 안 가니까 집에 와서 생각할수록 괴심하기도 하고 웃습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이 [음악] 나이에 세삼스럽게 무슨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소문은 나보다 걸음이 빨랐습니다. 사흘도 안 돼서 복지간에 쫙 퍼졌지요. 한복집 여자가 이번엔 철물점 영감을 찍었다더라.
목욕탕에서 만난 이웃 사네는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복도 많으셔 낄길댔습니다. 나 원참 참 얼굴이 화끈거려서 냉탕에 오울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소문을 피하기는 커녕 며칠 뒤 복지관 로비에서 나를 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사람들 다 듣는 데서 말했습니다.
[음악] 첫째 조건만 마저 들으세요. 혼인 신고 안 해요. 한 집에 안 살아요.
돈은 10원 한 장 안 섞어요. 내 재산은 내 아들 것. 영감님 재산은 영감님 자식들 것.
이거 문서로 박아들려요. 로비가 조용해졌습니다. 누가 봐도 재산 노리고 접근하는 그림이었는데 정작 본인이 먼저 재산 얘기를 끊어 버리니 다들 머쓱해진 거지요.
그 여자는 덧붙였습니다. [음악] 나는 샘이 빠른 여자예요.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그런데 영감님 세상에는 돈 말고도 샘매야 되는게 있습다. 그날 저녁 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음악] 미선이 목소리가 됐뜸 높았지요.
아버지, 요즘 무슨 여자분이랑 소문이 있다면서요? 엄마, 친구분이 다 듣고 오셨대요. 아버지, 요즘 혼자 사는 노인들 상대로 접근해서 등치는 사기가 얼마나 많은줄 아세요?
텔레비전에서 맨날 나와요. 절대 통장이니 도장이니 보여주지 마세요.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미싱이나 고쳐준 사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입이 썼습니다. 6월 초에 복지관 바둑판 앞에서 남자 몇이 또 그 여자 얘기로 낄길됐습니다. 듣긴 민망한 농지거리까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바둑을 탁 내려놓으며 역정을 냈습니다.
더 말들 좀 가려하시게. 그 양반이 뭘 그리 잘못했는가? 자네들한테 밥을 달랬는가?
돈을 달랬는가? [음악] 머쓱해졌고 나는 나대로 놀랐습니다. 내가 왜 그 여자 편을 들지?
집에 오는 길 내내에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음악] 며칠 뒤에 그 여자가 반찬통을 들고 왔습니다. 열무김치하고 멸치볶음이었는데 참기름 냄새가 대문밥까지 났지요.
그러면서 둘째 조건을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7시 반에 내가 영감님한테 전화를 겁니다. 벨이 세 번 올리면 끊어요.
받지 마세요. 나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놓고 받지 말라니 받으면 통화 나가고 매일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부담되면 오래 못 가요. 벨 번이면 돼요. 아, 오늘도 저 할만구 살아 있구나.
나는 그거 확인하는데 10초면 좋해요. 영감님도 그거면 좋하고. [음악] 이튿날 아침 7시 반에 진짜로 벨이 울렸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뚝. 나는 전화기를 들고 한참서 있었습니다. 참 별것도 아닌데 그 별것도 아닌게 이상했습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아침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이 집에 신호를 보낸 겁니다. 살아 있구나, 저 여자도. 그리고 저 여자는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걸 확인했겠구나.
텔레비전에 대고 대답하는 것하고는 다른 아침이었습니다. 반찬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빈통을 돌려주러 가면 그 여자는 꼭 뭘 다시 채워줬고 나는 그 집 물세는 수도꼭지며 헐거운 문꼬리를 고쳤습니다.
어느 날 우리 집 부엌에 들어온 그 여자가 싱크대를 쓱 둘러보더니 말했습니다. 라면 봉지가 쌀보다 많네요. 김치통에는 곰팡이스럽고 무한에서 뭐라 하려는데 그 여자가 혼잣 말처럼 덧붙였지요.
사람이 무너지는 데는 순서가 있어요. 여자는 말수부터 줄고 남자는 부엌부터 무너져요. 부엌 다음엔 몸이고 몸 다음엔 그다음은 말 안 할게요.
그 여자 눈은 못속입니다. 냉장고 옆에 굽겨 놓은 종이 뭉치도 기어이 봤으니까요. 건강보험 공단에서 온 검진 안내문이었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받으라는 것이었지요. 3년째 미루고 있었습니다. 수면으로 받으려면 보호자가 같이 와야 한답디다.
잠깨는 약기 기운에 혼자 보내면 큰일 난다고요. 딸년한테 말하자니 연차 쓰게 하는게 미안하고 아프단 얘기 꺼내는 것도 남자 체면의 궁상 갖고 그냥 구여서 던져 놨던 겁니다. 그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그 종이를 반듯하게 펴더니 냉장고에 자석으로 딱 붙여 놓고 갔습니다.
그 등이 어찌나 단호하던지 나는 변명도 못했습니다. 한 번은 내가 물었습니다. 거 하고는 영감 중에 왜 하필나요?
복지관에 멀쩡한 영감이 세고 샜는데 그 여자가 커피를 홀짝 마시더니 대답했습니다. 쓰레기 봉투 보고 정했어요. 예.
미싱 맡기러 왔던 날 대문 앞에 내놓은 영감님 쓰레기 봉투를 봤어요. 컵나면 용기하고 소주병만 그득합디다. 아이 집 남자는 지금 무너지는 중이구나.
그런데 마당 수도가에 연장은 기름칠에서 반듯하게 걸어놨더라고. 아직 손은 살아 있구나. 그럼 됐다 했지요.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서 헛기침만 했습니다. 남의 쓰레기 봉투에서 사람 목숨을 읽는 여자라니 7월에 태풍이 지나가던 아침이었습니다. 7시 반이 됐는데 벨이 안 울렸습니다.
7시 40분 50분. 나는 우산도 안 쓰고 그 여자 집으로 내달렸습니다. 대문을 두드리는데 손이 떨리띠다.
한참만에 부수한 얼굴로 나온 그 여자는 몸살 기운에 약 먹고 늦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을 뻔했지요. 안도인지 화인지 모를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사람을 이렇게 놀래키는 법이 어디 있어? 그 여자는 나를 물끄럼 입보더니 처음으로 조금 웃었습니다. 영감님, 지금 그게 세 번째 조건이에요.
이제부터 서로 대문 비밀번호 번호를 알려 둡시다. 우리 집 도어락은 아들이 달아주고 갔고 영감님내는 따임이 달아줬다면서요. 여섯 자리 누르면 열리는 문을 정작 열어 줄 사람이 없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나는 머뭇거렸습니다. [음악] 남녀가 유별한데 비밀 번호까지 트는 건 좀 그 마음을 읽었는지 그 여자가 잘라 말했지요. 영감님, 비밀 번호는 정분이 아니에요.
골든 타임이에요. 쓰러진 사람한테는 대문이 관뚜껑이에요. 나는 그 문 앞에서 발만 구르는 짓은 못 해요.
두 번은 못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는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태풍 아침에 내가 그 집 대문을 두드리는 걸 본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소문은 부풀로 부풀었습니다.
철물점 영감이 새벽부터 한복집 여자집을 드나든다더라. 잠옷바람이었다더라. 아이고, 잠옷은 무슨 소문이란게 원래 오리를 가면 심리가 되는 법이지만 이번엔 방향이 고약했습니다.
그 소문이 기어이 옆도시 딸 뒤에까지 들어간 겁니다. 미선이 동창 하나가 우리 동네로 쉬지바 살거든요. 8월 첫 주에 미선이가 들이닥쳤습니다.
[음악] 우리 집이 아니라 그 여자 집 골목으로요. 나는 나중에 두 사람 입에서 따로따로 들어 그 장면을 맞춰 볼 수 있었습니다. 미선이는 마트 유니폼도 못 갈아입고 달려가서 골목에서 마주친 그 여자한테 다짜고짜 쏘아붙였답니다.
[음악] 아주머니, 우리 아버지한테 왜 이러세요? 원하시는게 뭐예요? 돈이에요?
집이에요? 요즘 노인들 등치는 수법 뉴스에서 저도 많이 봤거든요. 그 여자는 화도 안 내고 미선이를 가만히 보더니 이랬답니다.
"따님이구나. 얼굴에 아버님이 있네. "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지요.
내가 원하는 거예요. 아버님이 새벽에 혼자 안 죽는 거예요. 미선이가 무슨 똥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려는데 그 여자가 조용조용 물었답니다.
따님 아버님 혈압약이 어느 병원 처방인지 아세요? 아침에 한 알인지 두 알인지는요. 검진 안내문이 3년째 밀린 건 아세요?
몰랐지요. 나는 알아요. 그게 내가 노리는 거예요.
미선이는 말문이 막혔답니다. 마지막으로 그 여자가이 말을 했다는데 이게 더 아팠답다. 따임 잘못이 아니에요.
46이면 세상에서 제일 바쁠 나이지. 나도 그 나이엔 우리 시어머니 [음악] 약봉지 뭐가 뭔지 몰랐어요. 그때만 해도 나는 몰랐습니다.
이 여자가 겨울이 끝나갈 무렵 내 딸한테 어떤 대답을 돌려 주게 될지 그리고 그 대답을 듣고 내 딸이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사람일이란 참 한치 앞을 모릅니다. 미선이는 그 길로 우리 집에 와서 울었습니다. 아버지 그 아줌마 말 다 믿지 마세요.
사기꾼들은 원래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군대요. 아버지 외로우신 거 아는데 제발요. 엄마 보험금이며 가게 판 돈이며 그거 아버지 노후 자금이잖아요.
딸이 우는데 장사 없습니다. 게다가 동네 입들이 이제는 그 여자 이름까지 물고 뜯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발을 빼면 그 소리도 잦아들겠거니 그게 그 사람 지켜주는 거겠거니 했지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다 겁쟁이 변명이었습니다. 죽는 것보다 손가락질이 더 무서웠던 겁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낯이 뜨거운 그 짓을 했습니다.
8월 보름게 그 여자 마루에 앉아서 눈도 못 맞추고 말했지요. 거 사람들 입이 하도 시끄러워서 딸년도 성하고 전화 당분간 하지 마요. 참 못난 말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딱 한 마디 그러세요 했습니다. 매달리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마루를 내려서는데 등 뒤에서 그러더군요. 영감님, 우상 가져가요. 저녁에 비 온답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오래 남는지요? 사람을 원망해도 모자랄 판에 우상 걱정이라니. 이튿날 아침 7시 반 벨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지요. 내가 울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 10초짜리 벨이 없어지니까 아침이 통째로 없어졌습니다.
정막이라는게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음악] 정막이 제일 시끄러워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벽식의 초침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습니다.
국은 다시 한 냄비로 사을 갖고 라면 봉지가 다시 쌓였습니다. 냉장고에 붙은 검진 안내문은 자석제에서 서랍에 처박았지요. 추석에는 아들놈이 당일치기로 내려와 밥상만 물리고 올라갔고 미선이는 시댁부터 들르느라 전화로 안부만 물었습니다.
명절 저녁 빈방에서 노래 자랑을 틀어 놓고 혼자 박수를 쳐보다가 나는 그만뒀습니다. 박수 소리가 그렇게 철량할 수가 없었지요. 그러다 10월 초에 보고 문자가 왔습니다.
[음악] 철물점 하던 시절 거래처 친구였는데 나처럼 혼자 살던 사람입니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걸 이틀 만에 검치머니 발견했답니다. 장례식장에 갔더니 그 친구 아들이 울면서 그럽다 매주 전화드렸거든요.
그런데 그 이틀을 못 지켰습니다. 나는 그 말이 남얘기로 안 들렸습니다. 매주 전화로는 이틀을 못 막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전화기 연락처를 열어봤습니다. 죽어서 이제 받을 사람도 없는 번호가 몇 개인데 나는 그걸 하나도 못 지우고 삽니다. 그 밑에 그 여자 번호가 있었습니다.
정옥내 석자가 그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었어요. 과부 사정은 호라비가 안다는 말이 있지요. 나는 그 말을 거꾸로 깨달았습니다.
호라비 사정을 제일 먼저 알아본게 그 과부였다는 걸요. 그 여자는 내 쓰레기 봉투만 보고도 내가 무너지는 걸 알았는데 나는 그 여자를 소문값에 팔아넘겼습니다. 그날 밤 나는 한 숨도 못 잤습니다.
내가 무슨 부이 영화를 누리자고 그 멜소리를 끊었나? 체면이 밥을 먹여 주나? 목숨을 지켜주나?
이튿날 아침 7시 28분에 나는 전화기를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7시 반 정각에 이번에는 내가 걸었습니다. 신호가 한 번, 두 번 세 번 가게 두고 끊었습니다.
손바닥에 땀이 나더군요. 1분도 안 돼서 전화가 다시 걸려왔습니다. 나는 조건을 어기고 받았습니다.
그 여자 목소리가 딱 한 마디 하더군요. 접니다. 나도 딱 한 마디 했습니다.
5일장에 국밥이나 한 그릇 합시다. 장토 국밥집에서 우리는 말없이 국밥 두 그릇을 비웠습니다. 사과라는 걸 번듯하게 해 본 적이 없는 세대 아닙니까?
내가 겨우 꺼낸 말은 거 지난번엔 하는 대여섯 마디였는데 그 여자가 손을 저어 잘랐습니다. 됐어요. 식어요.
그리고는 깍두기를 내 앞으로 밀어줬습니다. 그게 그 여자식 화해였습니다. 나올 때 계산은 각자 했습니다.
그 여자가 그러자고 했지요. 얻어 먹는 것도 빚이라고. 그 주에 그 여자는 자기 집 마루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습니다.
한복집 시절 쓰던 원단 주문서 뒷장에 볼펜 손글씨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습니다. 제일조 혼인 신고 동거 금전 거래를 하지 않는다. 재산은 각자 자식에게 간다.
제이조 매일 아침 7시 반호 세 번 홀수날은 정옥내가 짝수날은 박정섭이 건다. 제3조 대문 비밀번호 번호를 서로 알되 평생 쓸 일이 없기를 빈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국을 끓이면 반은 나눈다. 나는 도장을 찍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고개를 저었지요.
사인이고 도장이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법으로 가는 종이가 아니에요. 그냥 지갑에 넣고 다니세요.
그거면 돼요. 10월 끝자락에 그 여자가 지나가는 말처럼 통보를 했습니다. 다음 달 이날 무릎 수술 잡았어요.
인공관절료 왼쪽부터 40년을 방바닥에 끌어앉아 남의 옷을 지은 무릎입니다. 연골이 다 달아서 주사로 버틴지 오래라고 했습니다. 병원비는 본인 부담만 300만 원 남지시고 간병이는 하루 13만 원이라 열흘이면 130만 원.
반땡꼬리에 수선비 모아둔 걸로 간병인 쓰면 돼요. 벌써 알아봤어요. [음악] 그 여자는 센까지 다 끝내 놓고 있었습니다.
혼자 다 정해 놓고 통보만 하는 그 담담함이 나는 그날 따라 그렇게 서러워 보였습니다. 간병이는 무슨 내 입에서 그 말이 그냥 나왔습니다. [음악] 내가 갑니다.
나는 하루 13만 원도 안 봤어. 공짜요. 그 여자가 나를 빤히 보더니 픽 웃었습니다.
영감님이 동이서에 사인을 하시게요. 남인데 남남 아니소 보호자 잔소 종이에 그렇게 적어 놓고선 그 여자는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부엌으로 가면서 딱 한 마디 합디다 저녁 자시고 가요.
국끓렸으니까 목소리가 아주 조금 떨렸던 것 같습니다. 수술 전날 그 여자 집에 짐 챙기는 걸 도우러 갔습니다. 해면 도구며 속옷이며 가방 하나가 금방 찾는데 그 여자가 자기장 아래칸에서 몰에 확인하고 도로 넣는 걸 봤습니다.
[음악] 삼배 보자기에 싼 네모난 상자였지요. 그게 뭐요? 수위예요.
진작게 지어놨어요. 내 손으로 짓는 마지막 옷인데 남한테 맡길 수 있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가방 지퍼를 잠그며 그러더군요.
죽을 준비를 해놔야 사는 준비를 하지요. 나는 준비 다 해 놨으니까 이제 사는 것만 남았어요. 11월 1에 수술날 아침 원무가 접수 창고 앞이었습니다.
서류를 내미는데 직원이 물었습니다. 보호자분이세요? 환자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순간 창고 앞이 조용해지고 그 여자가 나를 쳐다봤습니다. [음악] 재밌다는 눈이었지요. 어디 뭐라고 하나 보자 하는 눈.
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습니다. 보호자여 정옥예 씨. 보호자 박정섭입니다.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리에 뭘 적었습니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그 두 마디가 나는 심장이 벌렁거려서 혼났습니다. 옆에서 그 여자가 조그맣게 그러더군요.
잘하네. 동이서 보호자란의 이름을 적는데 손이 떨렸습니다. 마취 부작용이 어떻고 출혈 위험이 어떻고 하는 종이의 이름을 적는다는 건이 사람의 목숨 곁에서 있겠다고 서명하는 일입다.
40년 철물점 하면서 계약서에 도장 숱하게 찍어 봤지만 그런 무게는 처음이었습니다. 수술실 들어가는 침대에 누워서 그 여자가 그랬습니다. 영감님, 나 자는 동안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어요.
평생 남 앞에서 아쉬운 소리 안 하던 여자가 처음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음악] 세시간을 수술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늙으면 기다리는 것도 체력입니다.
전광판에 수술 중이라는 글자만 쳐다보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요. 집사람 수술 때도이 복도였습니다. 그때는 결과가 나빴지요.
다리를 떨다가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뽑아 놓고 한 잔은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의사가 나와서 보호자분 수술 잘됐습니다.
하는데 보호자분이라는 말에 내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예 접니다. 내가 보호자입니다.
그날 밤 6인실 병실 보조친데 모로 누었는데 새벽 2시쯤 커튼 넘어서 그 여자가 나를 불렀습니다. [음악] 영감님 자요. 주사 기운인지 어둠 때문인지 그 여자 목소리가 평소하고 달랐습니다.
그날 밤 나는 한 여자가 평생 걸어 잠갔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영감님은 내가 왜이 짓을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지요. 다들 궁금해야 돼요.
뒤에서 별소리를 다 하고 그 여자는 천장을 보고 누은 채 말했습니다. 제작년에 위내시경을 받는데 수면으로 하려면 보호자가 와야 한답다. [음악] 집에 데려다 줄 사람 두 번을 예약했다가 두 번을 취소했어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세 번째는 그냥 생으로 받았어요. 그 관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침대 난간을 어찌나 꽉 잡았는지 손가락이 하이해집다. 아픈 건 참겠는데요, 영감님.
서러운 건 못 참겠습다. 눈물이 옆으로 흘러서 베개가 졌는데 간호사가 그래요. 어머니 [음악] 힘드시죠?
엮어. 힘든게 아니라 서러운 거였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듣기만 했습니다.
커튼 넘어로 링거 떨어지는 소리만 똑똑 났습니다. 병원이란 데를 다녀 보세요. 서류마다 보호자란이 있어요.
창구마다 물어요. 보호자분 같이 오셨어요? 나는 8년을 없어요.
없어요? 했어요. 그 두 글자가 사람을 어떻게 깎아 먹는지 아세요?
한 해두회 지나니까 나라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라고 서류에 대고 자백하는 것 같다. 종이가 사람을 지워요. 영감님, 우리 오빠가 그렇게 갔어요.
그 여자 목소리가 한 칸 낮아졌습니다. 호라비로 10년을 살았는데 무뚝뚝하기가 영감님 저리가라였지. 그러다 연락이 나을 끊겼는데 내가 대문 비밀 번호를 몰랐어요.
열쇠 수리공 불러서 문을 땄지요. 그 나을이 지금도 눈감으면 옵니다. 그때 알았어요.
사람은 전하기 너로는 못 지켜요. 걸어서 5분 안에 문 열고 들어와 줄 사람이 있어야 돼요. 신호 세 번은 수님이하고 내가 만든 거예요.
내 단짝이었는데 오빠 일 치르고 나서 둘이 약속했죠. 매일 아침 7시 반, 벨거로 5년을 서로 지켰어요. 그런데 제작년에 수님이가 고관절을 다치고 지금은 요양원에 있어요.
여자 친구들은요. 영감님 나랑 같이 늙어요. 같이 무릎이 꺼지고 같이 자식 따라 떠나고 같이 사라져요.
개모임 친구가 4시였는데 이제 나 혼자 남았어요. 그래서 남자를 찾은 거예요. 아침에 전화벨들을 귀입고 문 따고 들어와 줄 힘 있는 사람이 하필 그게 다 혼자 사는 영감들 입다.
그 여자는 거기서 잠깐 말을 끊었다가 제일 뜻밖에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감님 오해하세요. 나는 시집을 또 가려는게 아니에요.
우리 영감 위함으로 5년 수발했어요. 시집살이 20년에 15모 병수발까지 하고요. 아내 노릇이라면 신물이 나요.
누구 밥해 주고 빨래해 주는 인생 무덤까지 사양이에요. 그런데 사람이 사람의 보호자 노릇 하는 거는 그건 하고 싶어요. 아내 노릇은 미지는 장사인데 보호자 노릇은 남는 장사거든.
내가 샘이 빠르다고 했지요. 이게 그 셈이에요. 아내는 싫지만 보호자는 하고 싶다는 말.
나는 그 말을 그날 밤 처음 들었고 아직도 그보다 정확한 말을 못 찾았습니다. 사랑이니 재온이니 하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자리가 있습니다. 나는 뭐라고 댓구를 해야 하는데 목임에서 겨우이 말만 했습니다.
옥래 씨 아침 7시 반에는 병실에서도 내가 걸겠소. 커튼 너머에서 픽 웃는 소리가 났습니다. 짝수날이니까 원래 영감님 차례예요.
그날 새벽에 링거가 다 떨어져 가는 걸 보고 간호사를 부른 것도 미음 나오기 전에 죽집에서 흰죽을 사다 숟가락을 올려 놓은 것도 나였습니다. 말 주변이 없으니 몸으로 하는 수밖에요. 그 여자는 죽구릇을 보더니 간이 안 맞네 하고 타박을 하면서 다 비웠습니다.
열흘 만에 태어나는 날 병원비 수납은 각자 카드로 따로 했습니다. 제일조는 지켜야 하니까요. 택시 안에서 그 여자가 창밖을 보며 그러더군요.
간병인가? 130만 원 굳었네. 영감님 그 돈으로 나 임플란트 해야겠어요?
우리는 늙은이 둘이서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겨울로 들어서면서 우리 사이에는 요령이 붙었습니다. 홀수날은 그 여자가 짝수날은 내가 신호를 걸었습니다.
김장철에는 한바탕 신랑이도 했지요. 그 여자가 스무포기를 하자기에 내가 기겁을 했습니다. 무릎 수술한지 한 달 된 양반이 스무 포기는 무슨 다섯 포기만 합시다.
결국 일곱 포기로 낙찰를 받습니다. 절이는 건 내가 하고 버무리는 건 그 여자가 하고 수육 삶아서 마루에서 나눠 먹는데 그 여자가 그랬습니다. 김장을 하니까 겨울이 겨울 같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죠. 사람이 있으니까 겨울이 안 무섭구나. 12월 들어서 그 여자가 문방고에서 코팅한 카드 두 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름, 생년, 혈액형, 먹는 약, 다니는 병원, 자식 연락처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지요. 지갑에 넣고 다녀요. 길에서 쓰러지면이 카드가 말을 대신해요.
그러면서 내 전화기를 가져가더니 뭘 한참 눌렀습니다. 비상 연락처라는 걸 등록해 놨어요. 잠금 안 풀어도 뜨게.
1번은 나, 2번은 따임. 딸보다 자기가 먼저인게 미안했는지 한 마디 못더군요. 순서는 효도순이 아니라 거리순이에요.
나는 5분, 따임은 40분. 12월 16 아침이었습니다. 짝수 날이니 내 차례였지요.
그런데 그날 새벽부터 몸이 이상했습니다. 오른손에 힘이 안 들어가고 물을 마시는데 입가로 줄줄 세는 겁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다시 누었는데 일어나려니까 방바닥이 기울어졌습니다.
전화기가 저만치 있는데 팔이 말을 안 들었습니다. 7시 반 나는 신호를 못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가 말한 대문이 관두껑이 된다는 말을 몸으로 알았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여자는 7시 40분까지 기다렸답니다. 그리고 내 번호로 걸었는데 신호만 가고 안 받으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패딩만 걸치고 나왔답니다. 걸어서 5분 거리를 그 무릎으로 4분에 왔다지요.
조락 여섯 자리를 누르고 들어와서 안방에 쓰러진 날을 발견하고 11일9에 전화하면서 내 지갑에서 코팅 카드부터 꺼냈답니다. 구급대원이 왔을 때 그 여자는 침착하게 불러줬답니다. 혈압약 먹는 것 어느 내과에 다니는지 아스피린는 안 먹는다는 것까지 구급대운이 물었답니다.
따님이세요? 그 여자가 대답했지요. 보호자예요.
병원에서는 뇌경색이라고 했습니다. 골든 타임 안에 와서 큰 고비는 넘겼다고요? 30분만 늦었어도 어찌 됐을지 모른다는 말을 나는 며칠 뒤에야 들었습니다.
혀가구도 발음이 어우라고 오른손이 말을 안 듣는 채로 나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미선이가 도착한 겁니다. 이 이야기 맨 처음에 말씀드린 그 장면이 바로 그 아침입니다.
이 여자분이 왜 우리 아버지 보호자예요? 네. 아버지 휴대폰 비상 연락처에 왜이 아줌마가 1번이냐고요?
미선이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놀라서 그런 겁니다.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모르는 여자한테 받았고 와보니 그 소문의 여자가 아버지 서류를 들고서 있으니까요.
나는 딸을 부르고 싶은데 혀가 안 움직였습니다. 미선아 그 사람 아니면 아버지는 지금 여기 없어. 그 말이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습니다.
그 여자는 딸의 사대질에 화 안 냈습니다. 코팅카드와 약봉투와 접수하며 받은 서류를 가지런히 챙겨서 미선이 손에 쥐어 주면서 말했죠. 8시 40분에 혈전 녹이는 주사 들어갔고요.
담당 선생님이 10시에 다시 온댔어요. 아버님 어젯밤부터 드신 거 없으니까 그것도 말씀드리고 그러고는 한 발 물러섰습니다. 따님 오셨으니까 나는 이제 됐어요.
됐어요. 하는 그 말이 어찌나 깨끗하던지 그 여자는 정말로 돌아서서 갔습니다. 절두기는 무릎으로 복도 끝까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요.
미선이는 그 뒷모습과 손에 들린 카드를 번갈아보며서 있었습니다. [음악] 나는 며칠 만에 말이 돌아왔고 보름 넘게 재화를 받았습니다. 그 사이 미선이는 병실 보조 침대에서 자면서 내 지갑을 정리하다가 그 종이를 찾아냈답니다.
원단 주문서 뒷장 볼펜 손글씨 제1조 혼인 신고 동거 금정 거래를 하지 않는다. 재산은 각자 자식에게 미선이는 [음악] 그 대목에서 뜻금했답니다. 돈이냐고 소리 지른게 자기니까요.
제이조 매일 아침 7시 반호 세 [음악] 번 미선이는 그제 알았답니다. 아버지가 매일 아침 누군가한테 살아 있다는 신호를 받고 살았다는 걸. 자기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안부 전화로는 못 막는 걸.
그 벨 세 번이 막고 있었다는 걸. 제 3조 대문 비밀번호. 그 조항 앞에서는 한참을 울었답니다.
그 비밀 번호가 아니었으면 자기는 지금 장례식장에 있을 거라는 걸 아니요. 태어나고 얼마 안 된 정월 중순께 미선이가 혼자 그 여자집을 찾아갔습니다. [음악] 이번에는 유니폼이 아니라 갇혀 있고 과일 상자를 들고요.
대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초인종을 눌렀는데 문이 열리자 말이 안 나오더랍니다. 지난 여름 골목에서 돈이냐고 쏘아붙인 얼굴을 무슨 낮추로 보나 싶고 겨우 나온 말이 이거였답니다. 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어머니는 아니고 아주머니도 아니고 그 여자가 특유의 그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답니다. 보호자님 하면 돼요. 나도 따님을 그렇게 부를 테니 마루에 마주 앉아서 미선이가 물었답니다.
병원 복도에서부터 목에 걸려 있던 그 질문을요 여쭤봐도 돼요? 왜 왜 우리 아버지 같은 노인네들을 찾아다니셨어요? 솔직히 처음엔 이해가 안 갔어요.
그 연세에 왜 남자를 찾으시나 했어요. 말해 놓고 아차 싶었는데 그 여자는 웃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미선이는이 말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나한테 옮겨줬고 나는 여러분께 그대로 옮깁니다. 따님 이른 넘은 여자가 남자를 찾는 건 연애가 고파서가 아니에요. 같이 늙어 줄 증인이 필요해서요.
오늘 내가 살아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 서류 빈칸에 이름 적어 줄 사람. 쓰러지면 5분 안에 문 열고 들어와 줄 사람.
[음악] 젊은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는지 정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나이엔 그게 목숨이에요. 그리고요. 여님 여자들은 그거라도 찾아다녀요.
창피를 무릎 쓰고라도 찾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찾을 줄을 몰라요. 아쉬운 소리를 못 해서 체면 [음악] 때문에 부엌부터 무너지다가 소리 소문 없이 먼저 가요.
우리 오빠가 그랬고 아버님도 그러기 직전이었어요. 내가 뭘 노렸는지 이제 아시겠어요? 미선이는 고개를 못 들었답니다.
한참만에 손가방에서 볼펜을 꺼내더니 물었답니다. 저 종이 아버지 지갑에 있는 거예요. 저도 한 줄 못 해도 돼요?
그 여자가 자기 목세 계약서를 꺼내 왔고 미선이는 그 뒷장에 꾹꾹 눌러 적었답니다. 제사조. 두 분이 한꺼번에 편찮으신 날은 보호자 자리에 제가 갑니다.
박미선. 그리고는 종이를 두 손으로 돌려드렸답니다. 그 여자는 그걸 한참 들여다보더니 딱 한 마디 했다지요.
아, 따님, 글씨가 아버님보다 낫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둘이 마주앉아서 식은 유자차만 홀짝였답니다. 그러고 봄이 왔습니다.
4월에 나는 4년째 미루던 대장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수면으로요. 보호자 동반 확인란에 그 여자가서 있었고 약 기운에 비몽사몽하는 날을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오는 길에 내가 자꾸 같은 소리를 했답니다. 고맙소 고맙소. 맨정신엔 평생 못 하던 말을 약기운 빌려 두 번이나 했다니 그것도 참 나다운 일이지요.
그 여자는 못들은 척했답니다. 그런데 그 우리 집 냉장고에 새 자석이 하나 붙었습니다. 내년 검진 날짜를 적은 종이었습니다.
복지간 소문은 어찌 됐냐고요? 응급실 이야기가 동네에 퍼지고 나서 수근되던 입들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러더니 요즘은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노래 교실 여자분들이 하나 둘 그 여자를 구석으로 불러다가 뭘 적어 갑니다. 조건 세 가지를요. 지난주에는 목욕탕 앞에서 웬 할머니 둘이 저희끼리 그러는 걸 들었습니다.
우리도 7시 반에 하자. 벨 집신짝 찾는다고 흉보던 동네가 이제 그 여자한테 사는 법을 배웁니다. 언젠가 내가 그 얘기를 전했더니 그 여자가 그럽디다.
집신짝이 아니라 지팡이 짝인데 이제들 아셨나 보네. 오늘 아침에도 7시 반에 벨이 세 번 울리다 그쳤습니다. 홀수날이니 그 여자 차례지요.
나는 받지 않았습니다. [음악] 대신 창문을 열고 그 집쪽 하늘을 한번 봤습니다. 살아 있구나.
나도 있어. 저녁에는 국을 끓여서 반을 덜어 놓을 겁니다. 그 종이 마지막 줄이 그러니까요.
이른 넘은 여자들이 왜 여전히 남자를 찾는지 물으셨지요. 그 이유를 이제 여러분도 아셨을 겁니다. 그건 연애도 돈도 외로움 타령도 아니었습니다.
살아 있음을 매일 확인해 줄 증인 서류의 빈칸과 새벽에 골든 타임을 맡길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찾아나서는 용기는 부끄러운게 아니라 그 나이가 가르쳐 준 지혜였습니다. 그러니 오늘 밤 자기 전에 딱 하나만 해 보십시오.
아침 신호를 나눌 사람 하나를 정해서 문자 한 통 넣는 겁니다. 내일부터 아침 7시 반에 벨만 올리고 끊을게. 벨이 안 가거든 나한테 와 봐.
돈 한푼 안 들고 하루 10초면 됩니다. 그 10초가 사람을 살립니다. 젊은 사랑은 말로 하고 이른의 사랑은 보호자란에 적는 이름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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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3초가 오랜 벗 하나를 살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