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강남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빨간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포구 속에서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남들은 모두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그 여성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막고 있었습니다 낡은 청바지에 흠뻑 젖은 흰 티셔츠 차림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 엉망이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왼쪽 눈밑에는 희미한 점이 있었고 오른쪽 깃불 작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심장이 멋는 듯했습니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잃은 제 아들 민수와 며느리 소연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라진 당시 세 살이었던 손녀 민지도 민 에게도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선천성 멜라닌 색소 침착이 했었죠 유전적 특징이라고 했습니다 비가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이 하해 있습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지만 제 다리는 마치 콘크리트처럼 무거워졌습니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15년 동안 전국의 고아원을 찾아다니며 민지를 찾았습니다 경찰의 실종 신고도 수십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확인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 뿐이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여성이 갑자기 발을 헛 순간 제 몸이 먼 저 움직였습니다 67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저는 그 여성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빗물이 튀기는 아스팔트 위로 달려가면서도 제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점이 있는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하지만 제 발걸음은 이미 그 여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쓰러진 여성의
팔을 붙잡았을 때 차가운 빗물과 함께 와닿는 체온이 생생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습니다 민지가 살아 있다면 딱 그 나이였고 흠뻑 젖은 흰 티셔츠 아래로 까만 불라 끈이 비치고 있었고 청바 는 무릎 부분이 다 해져 있었습니다 순간 제 코 끝에 익숙한 향기가 스쳤습니다 라벤더 향 15년 전 며느리 소연이 항상 뿌리던 향수 냄새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그 향기가 빛속에서 희미하게 풍겨 왔습니다 제 심장이 다시 한번 쿵쾅거렸다 희미한 흉터가 있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화상 자국 같았습니다 민지도 새살 때 뜨거운 물에 되어서 똑같은 자리에 흉터가 있었습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나 많은 [음악] 공통점이었다 떨렸습니다 여성은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봤습니다 까만 눈동자가 저를 똑바로 쳐다봤지만 그 눈빛 속에서 저를 알아보는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경계하는듯한 두려워하는듯한 눈빛이 마치 오래된 상처를 간직한 사람의 눈빛 같았습니다 저기 혹시 제가 입을 열려는 순간 여성은 갑자기 제 손을 뿌리치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빗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저는 굳어버린 채로 그 자리에서 있었습니다 포구는 계속해서 쏟아졌고 제 양복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멍하이서 있다가 문득 발밑에 떨어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성이 놓고 간 낡은 가죽 지갑이 떨리는 손으로 을 집어들었습니다 지갑 안에는 찢어진 영수 중 몇 장과 동전 몇 개 그리고 접힌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빗소리가 점점 커져 갔지만
제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낡은 가죽 지갑의 질감만이 실감났습니다 지갑을 열자 시간에 흔적이 고스란이 담긴 사진 한 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겨지고 새이 바른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가 꽃들로 가득한 정원에서 아기를 안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검은색 정장을 여자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아기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양볼이 사과처럼 발그래 했습니다 제손이 왔습니다이 사진을 찍은 날이 생생했습니다 2008년 5월 민수아 소연이 새로 이사한 판교 집의 정원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어줬던 사진 민지의 돌잔치를 한 달 앞두고 찍은 마지막 가족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뒷면에는 희미한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 2008년 봄 소연이의 단정한 글씨체 있습니다
그 아래로 물에 번진듯한 자국들이 있었습니다 눈물 자극일 그요 빗물 자국인가요 지갑 안쪽 주머니에서는 구겨진 영수 증 몇 장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편의점이나 식당 영수 중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천사 원이라는 이름이 선명했습니다 영수증 하단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 시 순간 무언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15년 전 사고 직후 민지를 찾아다닐 때 용인의 한 고아원에서 제보가 있었습니다 점이 있는 여자아이가 입수했다는 하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아이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빗물에 젖은 양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비서실장 김부장의 번호를 눌렀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망설이 겨를이 없었습니다 김부장 지금 당장 용인의 천사 고화원 정보를 알아봐 주게
15년 전 기록까지 전부 해줘 그리고 민지 실종 당시 조사했던 형사들도 다시 수소문해 보게 새벽 력까지 이어진 포구는 아침이 되자 잠잠해졌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김부장이 보내온 자료들을 검토하느라 눈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천사 고아원은 15년 전 화제로 폐쇄된 후 재 개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원장이었던 영자는 화재 직후 행방불명되었던 아이들은 전국 각지에 다른 보육 시설로 흩어졌다고 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화재 발생 시점이었습니다 2009년 6월 15일 바로 민지가 실종된 날로부터 3일 후였어 그리고 화재 발생 전날 한 여자아이가 입수했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특이 사악 란에는 왼쪽 눈밑과 오른쪽 귓불의 점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화재 원인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는 원인 불명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당시 담당 형사의 개인 수첩에는 다른 매모 가 있었습니다 의도적 방화 가능성 높음 최형자 대출 기록 수상함 보험금 여기까지만 적혀 있고 그 뒷부분은 지워져 있었습니다 김부장이 찾아낸 또 다른 사실은 최형자 과거였다 입양 알선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당시 수사 기록에는 해외 입양 브로커 조직과의 연루 의심이라는 메모가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비구름이 거치며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습니다 제 책상 위에는 밤새 찾아낸 자료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지갑에서 나온 그 사진이 놓여 있 있습니다 햇빛에 비친 사진 속 민지의 웃는 얼굴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선명해 보였습니다
오전 9시 제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발신자 표시는 용인 경찰서 강사였습니다 15년 전 민지의 실종 사건을 맡았던 형사였다 강사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 회장님 영자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 용인의 한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용인의 작은 모텔남 경찰차들을 깜빡이는 불빛이 아침 햇살과 뒤섞여 씨는 모텔 욕실에서 발견됐습니다 손목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 출혈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강형사 a 눈빛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방안은 깔끔했습니다 너무나 깔끔했고 자살하기 직전에 사람 방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대는 정돈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봉투 하나가 있었습니다 봉투 겉면에는 제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회장님께 최영자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봉투 안에는 a 사용지 한 장과 오래된 USB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강회장님 15년 전일에 대해 사제 드립니다 민지는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USB 안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이 세상을 떠난 후 민지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아직 편지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급하게 쓴 듯 흘려져 있었습니다 그들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을 울렸습니다 강형사는 즉시 노트북에 usb 연결했습니다 usb 안에는 폴더 하나가 있었습니다 폴더명은 프로젝트 에인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백장의 문서와 사진들이 있었 문서들을 열어보니 아이들의 이름과 신상 정보 금액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록 맨 위에는 민지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강형사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회장님 이건 국제아동 매매 조직의 거래 기록입니다 강형사 저는 경찰서 내 별도의 수사 본부로 이동했습니다 USB 속 파일들은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프로젝트 에인절 UN 동아시아 전역에서 운영되는 대규모 아동 매매 조직의 코드네임이 고아원은 그들의 위장막에 불과했습니다 문서들 속에서 민지의 기록을 찾았습니다 2009년 6월 12일 민지은 우연히 고아원 근처를 지나가다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당시 최영자 민지를 발견하고 프로젝트 에인 절에 연락했습니다 민지의 가격은 10만 달러였습니다 매수자는 일본의 한 재벌이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은 서둘러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고아 에 화제를 냈습니다 영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미 조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USB
민지가 일본으로 보내진 후에 기록도 있었습니다 도쿄 근교의 한 저택에서 자랐다는 내용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는 내용 마지막 기록은 5년 전의 것이었습니다 민진은 양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고 합니다 강 형사에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국제 형사과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프로젝트 에인절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술에 따르면 민진은 현재 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제머리 속에 어젯밤 만난 그 여성의 모습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라벤더 향수 손목의 화상 자국 점의 위치 그리고 경계하는듯한 눈빛까지 모든 것이 일치했습니다 강형사 이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강형사 눈이 커졌습니다 회장님 그 지갑 속에 혹시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가 지갑을 다시 꺼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갑 안쪽 접힌 부분에서 작은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희미한 볼펜 자국으로 쓰여진 주소였다 그 연남동 연남동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이 동네에서 우리는 메모에 적힌 주소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강사는 수색팀을 대기 시켰습니다 민지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소지는 낡은 빨간 벽돌 건물이었습니다 2층의 반지아 원룸이 우리가 도착했을 때 창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세어 나왔습니다 강사가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문밖에는 택배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받는 사람 이름은 윤나은이었습니다 강형사가 경찰 데이터베이스로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5년 전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입국 당시 나이는 23세 민지의 나이와 일치했습니다 집주인을 러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텅빈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급하게 떠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옷장은 헝클어져 있었고 서랍은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싱크대에는 아직 덜 식은 커피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라벤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침대옆 협탁에 작은 액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어제 본 그 사진이 있었습니다 민수와 소연이 민지를 안고 찍은 사진 하지만 이번에는 사진이 찢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책상 위에는 일기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 날짜와 함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제 도망치는게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미안해요 아빠 그때 강형사 무전기가 울렸습니다 인근 cctv's 젊은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서둘러 택시를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목적지는 인천국제공항이 인천국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제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강형사 경찰차가 사이렌을 올리며 질주했습니다 저에게는 한 세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이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공항 도착 30분 전 CCTV 민지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락 왔습니다 3층 출국장에서 일본행 티켓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비행기이 6까지는 40분 아직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강형사는 즉시 출국장 전체를 봉쇄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민지는 이미 출국 심사대를 통과한 후였습니다 저는 보안 원의 재질을 뿌리치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강형사가 뒤에서 제 이름을 외쳤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면세점 사이를 헤매며 민지를 찾았습니다 수많는 사람들 속에서 어제 본
감한 눈동자를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45번 게이트 앞에서 민지를 발견했습니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민지야 제 목소리를들은 민지가 천천히 돌아섰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캐리어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죠 라벤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왔습니다 아빠 미안해요 전 이제 돌아갈 수 없어요 제가 겪은 일들을 제가 당한 일들을 아빠가 알게 되면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때 게이트 건너편에서 수상한 남자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프로젝트 에인절 A 조직원들이 있습니다 민지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아빠 하지만 그들이 그들이 아빠까지 해칠 거예요 절 찾지 마세요 제발 민지가 울면서 게이트 안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저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서
있었습니다 그때 강형사 특수기동대가 도착했습니다 특수기동대가 순식간에 게이트 주변을 포위했습니다 프로젝트 에인절 조직원들은 은 이미 도망갈 곳이 없었습니다 강형사가 체포 명령을 내렸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하나둘 체포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 눈은 오직 게이트 안쪽에서 있는 민지를 향해 있었습니다 민지는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탑승 안내 방송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민지야 도망치지 마라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아빠가 지켜 줄게 제 목소리가 공항 안을 울렸습니다 민지가 천천히 돌아섰습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었습니다 소연이를 닮은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빠 전 너무 더러워졌어요 제가 겪은 일들을 제가 당한 일들을 아빠 얼굴을 어떻게 봐요
민지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떨렸습니다 그 순간 제 발이 저도 모르게 움직였습니다 보안 요원들의 제지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대로 민지에게 달려갔습니다 괜찮아 다 괜찮아 내가 우리 민지라는 것만으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아빠는 그것만으로 충분해 민지를 꼭 안았습니다 라벤더 향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15년 전 마지막으로 안아 보았던 그 작은 아이는 이제 제 어깨까지 잘한 성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품 안에서 흐느끼는 모습은 여전히 세살 때 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제 집에 가자 우리 다시 시작하자 민지의 어깨가 떨리다가 서서히 멈췄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빠 저 이제 도망치지 않을게요 그로부터 여섯 개월이 지났습니다 프로젝트 에인절 조직은 완전히 와해되었고 관련자들은 모두 구속됐습니다
강형사 끈질긴 수사 덕분에 다른 실종 아동들도 속속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민지는 매주 두 번씩 심리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끔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제집 정원에 라벤더를 심었습니다 민지가 좋아하는 향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소연이의 향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매일 아침 라벤더 향기를 맡으며 민지는 조금씩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민수와 소연이가 잠들어 있는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민지가 처음으로 부모님 묘소를 찾은 날이었습니다 묘비 앞에서 민지는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이제 제가 돌아왔어요 다시는 어디로도 가지 않을 거예요 오늘 아침
민지가 처음으로 직접 만든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서은 계란마리 짠 된장국이 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식탁에 앉아 마주보며 웃는 민지의 모습이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라디오를 듣고 계신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 민지 기적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길 수도 있을뿐입니다 이제 저는 매일 밤 민지의 방을 살며시 들여다봅니다 편안하게 잠든 민지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면 그제야 안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달빛 아래 민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성공이란게 참 공허하다 말이 있죠 재산이 85조에 이른다는 기사가 날 때마다 제 마음 한 구석은
더욱 더 무거워졌습니다 12년 전이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었던 내 아들 정민우 며느리 한소아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라진 당시 여섯 살이었던 손녀 정혜린 준공식이 끝나고 밤 11시 저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비서실장은 이미 퇴근시키고 창 밖으로는 번개가 번쩍이고 빗줄기가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로비에서 한 청년이 제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우산 하나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검은 정장 차림의 청년은 로비의 대리석 바닥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며서 있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정장이 있지만 흠뻑 젖어 있었죠 그 옆에는 한 여성이서 있었습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에 저는 순간 숨을 멈췄습니다 여성의 목에는 작은 진주 목거리 가 걸려
있었습니다 12년 전 예린이의 여섯살 생일에 제가 선물했던 그 목걸이와 똑같았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그 목걸이 여성이 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까만 눈동자가 저를 바라봤습니다 몇 초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제 머릿속에 는 12년 전에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예린아 할아버지가 사온 목걸리 예쁘니네 진짜 예뻐요 평생 간직할 거예요 그날은 예린이의 여섯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파리의 까르띠에 본점에서 특별 주문한 진주 목걸이였다 아나를 엄선해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목걸리 중앙의 진주에는 레이저로 예린이의 이니셜 와이 아을 새겨 넣었습니다 목걸이가 마음에 드시나요 여성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였습니다 소라의 목소리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이 목걸이를 향해 뻗어 갔습니다 혹시
그 진주 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나요 여성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습니다 본능적으로 목걸이를 손으로 감싸 지었죠 옆에 있던 청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청년이 여성의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하지만 제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목리 를 감싸준 손목에는 작은 점이 세 개 있었습니다 삼각형 모양으로 정확히 그 자리에 예린아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이름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성이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발이 미끄러졌고 청년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쓰러지는 여성을 향해 달려가며 생각했 12년 만에 찾은 손녀를 이대로 다시 놓칠 순 없다고 쓰러지는 순간에도 여성의 손은 목걸이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붙잡았을 때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스쳤습니다 프리지아 향 소라가 항상 뿌리던 향수였습니다 저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여기환 가 있습니다 빨리 의무실로 로비 경비원의 외침에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여성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이마에 작은 상처가 나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가방에서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청년이 황급히 물건들을 주어 담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낡은 여권 한곳 표지가 바래고 귀퉁이가 접힌 오래된 여건이었지만 정혜린 발급 일자는 12년 전이 권은 청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회장님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은 김준혁 있니다 예린씨 약혼자 있니다 의무실로 향하는 동안 준혁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보스턴 메디컬 센터에 신경외과 의사였습니다 5년 전
그곳에서 레지던트로 일하던 예린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예린 씨는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을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4년 전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고 준혁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 예린이는 12년 동안 이렇게 살아 있었던 겁니까 그것도 의사가 돼어 의무실 침대에 누운 예린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보니 소라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누의 눈매도 보였습니다 문득 예린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예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12년 만에 처음 듣는 그 한마디 할아버지 의무실의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습니다 포구는 전히 쏟 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공간이었습니다 예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습니다
기억나세요 제가 여섯 살 때 할아버지가 해주신 약속 일곱살 생일에는 파리를 데려가 주시기로 하셨는데 예린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했습니다 애펠탑 꼭대기에서 생일 파티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죠 하지만 그 약속은 영원히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그날 엄마 아빠 장례식 날 한 여자가 저를 화장실에 데려갔어요 엄마 친구라고 했죠 그리고 그리고 예린의 손이 목걸이를 꽉 쥐었습니다 준혁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그 여자는 저를 미국으로 데려갔어요 양부모님이 아는 분들은 제게 잘 해 주셨지만 할아버지를 찾으려 할 때마다 위험하다고 아직은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다 그분들 마저 사고로 잃었죠 예리는 의대에 진학했고 최연소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한국의 소식을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제가 예린을
찾기 위해 내건 현상금 소식도 전 세계를 돌며 수소문 했다는 뉴스도 모두 보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제가 사라진 뒤로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그때 준혁이 조심스럽게 말을이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예린 씨가 오랫동안 준비한 거였습니다 대양 그룹 새 빌딩 중공식 나를 일부러 택했고이 시간에 이곳에 온 것도 예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마주치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원망하 봐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었던 걸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예린을 끌어 안았습니다 12년의 시간이 한 순간에 녹아내렸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제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32층 내려다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빗줄기 사이로 반짝였습니다 예리는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양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셨습니다 그분은 강미연이라는 분이었죠 아버지 회사이 전 비서 실장님이 있다고 했어요 순간 제 손에서 차잔이 떨어질 뻔했습니다 강미연 12년 전 회사를 배신하고 수천억의 회사돈을 들고 도주한 바로 그 여자였습니다 강미연 그 아버지 회사의 비자금 계좌를 모두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추진하던 대형 인수합병 계획도 알고 있었죠 그 정보를 경쟁사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거예요 예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준혁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아냈어요 그래서 그녀는 복수를 선택했던 거예요 부모님의 비행기 사고도 사실은 말을 잊지 못하는 예린의 어깨가
떨렸습니다 12년 전에 그 비행기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강미은 민우의 비행기에 문제를 일으킨 후 장례식장의 혼란을 틈 예린을 낙치 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제가 자하는 동안 계속 할아버지의 약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언젠가 저를 이용해서 할아버지를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양 부모님은 달랐어요 그분들은 진심으로 저를 사랑해 주셨고 결국 강미연 결별을 선택하셨네요 비가 나왔습니다 그 안에는 강미연 모든 범죄 증거가 담겨 있었습니다 비행기 사고의 증거 회사 돈 횡령 자료 그리고 예린 납치와 관련된 모든 계획들 4년 전 양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사고가 아니었을지 몰라요 그래서 전이 모든 증거를 들고 도망쳤지 그리고 마침내 할아버지를 찾아왔어요 창밖에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 비서실장이 급하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회장님 강미연이 한국에 입국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보고는 계속되었습니다 강미연 가명으로 입국했지만 인천공항 CCTV 포착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수상한 외국인들과 함께였다고 합니다 예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습니다 할아버지 그녀가 12년 동안 미국에서 마약 조직과 연계되어 있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USB 그들의 자금 세탁 증거도 들어 있어요 순간 건물에 비상등이 켜지며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보안 팀으로부터 긴급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무장한 괴한들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린아 이제 더 이상 도망칠 필요 없어 할아버지가 지켜줄게 저는 즉시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최고 등급에 보 프로토콜을 가하라고 했죠 건물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되었다 말했습니다
예린 씨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제가 있고 회장님도 계시잖아요 그때 제 휴대폰으로 한 통에 문자가 왔습니다 발신자는 k m 정회장님 오랜만입니다 12년 전에 선물은 잘 키우셨나요 이제 그 선물을 다시 가져가려고 합니다 USB 함께요 협조하시는 예린이가 다치지 않을 텐데요 제 손이 떨렸습니다 12년 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를 앗아간 그 여자가 이제 손하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이번엔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비서실장 경찰청장과 연결해 주게 그리고 지하 금고를 열어 12년 동안 모아온 증거들을 꺼내야겠어요 검찰과의 협조문서 그리고 국제 수사기관의 비밀 조사 보고서까지 저는이 순간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준비해 왔습니다 예린아 할아버지가 널 찾는 동안 강미연 모든 것을 파헤
쳤단다 그녀가 거래한 모든 범죄 조직 자금 세탁 경로 심지어 그녀가 매일 마시는 커피 브랜드 까지 예린의 눈이 커졌습니다 USB 속 자료들은 할아버지가 가진 증거들의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었다 것입니다 건물 보안 시스템의 모니터에는 강미연 일당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12층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모든 층마다 특수 보안 요원들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회장님 경찰특공대가 건물을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국정원 요원들도 현장에 도착했고요 비서실장의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준혁은 예린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저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치 않을 거예요 제가 가진 증거로 그들을 완전히 끝낼 수 있어요 그때 강미연부터 두 번째 문자가 왔습니다 정회장님 현명하지 못하시구이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10분 안에 USB 가지고 예린이를 보내지 않으시면 저는 차갑게 웃었습니다 비서실장 그녀에게 영상을 보내주게 모든 층의 CCTV 화면이 강미연 휴대폰으로 전송되었습니다 그녀의 조직원들이 한 명씩 체포되는 장면이었죠 그리고 폭발물은 이미 특공대에 의해 모두 제거된 후였습니다 끝났어요 강미연 씨 예린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울렸습니다 32층 회장실에 문이 열렸습니다 강미연이 권총을든 채 들어왔습니다 12년에 세월이 흘렀지만 차가운 눈빛만은 변함 없었습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그녀는 여전히 당당해 보였습니다 정회장님 이렇게 다시 뵙네요 마지막으로 배웠을 때는 아 민우 이사님 장례식장이 있죠 미연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습니다 예린이 제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왜 우리 부모님을 왜 저를 왜냐고이 회사가 내
전부였어 20년을 바쳤어 하지만 내 할아버지는 내 모든 것을 아아 같지 그래서 나도 그분의 전부를 빼앗기로 한 거야 강미이 천천히 권총을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회장실에 모든 벽이 열리며 특수부대 요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벽 안에 숨겨진 비밀 통로였습니다 강미현 씨 이제 그만하세요 예린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대화가 녹음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키운 15년 동안 전 매일 밤 악몽을 꿨어요 부모님이 타고 계시던 비행기가 폭발하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죠 그런데 이제 알았어요 제가 왜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예린이 USB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강미이 비행기 폭발을 지시하는 통화 내역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강미연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특수부대의 기습 진압으로 그녀는 순식간에 제압되었습니다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강미연 비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깊은 절망이 서려 있었습니다 12년간의 도주 생활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새벽역 모든 소동이 끝났습니다 강미은 그녀의 조직원들과 함께 구속되어 경찰서로 압송되었고 동이 트기 시작했고 폭풍우는 잔잔한 가을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예린이 창가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 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내가 타고난 그 미소는 할아버지의 미소를 닮았다고 그런데 전 한 번도 할아버지의 미소를 본 적이 없었죠 저는 예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널 이은 뒤로 웃을 일이 없었단다
하지만 이제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예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하나를 꺼냈습니다 구겨지고 바른 종이였습니다 이건 제가 여섯 살 때 그린 그림이에요 15년 동안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종이를 펼치자 서툰 크레파스 그림이 나왔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었지 그림 위에는 서툰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랑 나랑 파리 가는 날 준혁이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습니다 예린과 저는 서로를 바라보며 울었습니다 15년의 시간이 눈물과 함께 흘러내렸습니다 예린아 이제 정말 파리에 가자 애펠탑 에서 늦어진 생일 파티를 해주마 처음으로 예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정말 내 미소를 닮았다는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파리의 늦가을은 서울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애펠탑 레스토랑에서 열린 예린의 뒤늦은 생일 파티는 작지만 따뜻했습니다 준혁과 저 그리고 예린 단 세 사람이었지만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이거 보세요 예린이 작은 초음파 사진을 건냈습니다 두 달 된 새생명의 모습이었습니다 준혁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회장님께서 주례를서 주셨으면 합니다 창 밖으로 파리의 야경이 반짝였습니다 15년 전 이곳에서 하려했던 약속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예리는 이제 보스턴의 병원을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와 우리 재단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강미연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범죄 조직과의 연결망 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었습니다 아들 미우와 며느리 소연의 억울한 죽음도 이제 명백히
밝혀질 것입니다 할아버지 이제 제가 매일 아침 할아버지께 모닝콜 해 드릴 거예요 아침 식사도 꼭 같이해요 12년 동안 못했던 거 이제는 매일매일 할 거예요 예린의 목에는 여전히 그 목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제는 새주인이 될 아기를 기다리는 듯했죠 창밖에서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의 첫눈은 특별하다고 하죠 사람들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영원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라디오를 듣고 계신 여러분 저의 이야기가 긴 시간 기다림 속에 있는 군가 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코 시간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기적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저는 손녀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곧 태어날 증손주를 기다립니다
제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것이겠죠